일반검진 못 잡는 질환 찾아내…여성농 해묵은 농부병 ‘훌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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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일을 하느라 관절이며 온몸이 성한 데가 없는데, 이번에 명확한 원인을 알고 치료를 받게 됐습니다.”
24일 전북 익산 원광대학교병원에서 만난 여성농 이지현씨(66·금마면)는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 사업에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주로 밭농사를 짓는 이씨는 “평소 농작업 때 쪼그려 앉거나 반복적인 행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관절질환에 대한 우려가 컸다”며 “특수건강검진은 일반검진과 달리 근골격계 질환도 검진해줘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여성농 특수건강검진 제도는 2022년 시범사업으로 도입됐다. 첫해는 전국 11개 시·군에서 9000명을 대상으로 시행됐지만 지난해 본사업 전환에 이어 올해부터 사업지역이 전국으로 확대돼 150개 시·군·구에서 5만명이 혜택을 받는다.
여성농들은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여성농의 건강문제 해결, 나아가 삶의 질 향상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며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현재 51∼70세만 참여할 수 있는데 연령과 대상자를 대폭 늘려 더 많은 여성농이 혜택을 받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 또한 대선 후보 시절 특수건강검진사업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바 있다.
여성농 이정희씨(66·금마면)는 “상담 시간과 예방 교육 등 의료 전문가와 직접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시간이 보장돼 만족도가 높다”며 “현장에선 80대에도 농사일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상자를 늘리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일반검진에서 잡아내지 못한 이상징후를 특수검진으로 진단할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실제 올해 원광대병원에서 특수검진을 받은 여성농 460명 가운데 43명이 질병을 새로 발견해 연계 진료를 받고 있다. 문수덕 원광대병원 건강검진과장은 “의료 접근성이 낮은 농촌에 거주하다 보면 진단·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며 “특수검진의 경우 일반검진보다 세밀한 진단이 가능해 이같은 진료 연계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검진 항목을 현행 근골격계·심혈관계·농약중독 등 농작업성 질환뿐 아니라 정신건강부문까지 넓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영전 원광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여성농과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노인성 우울증, 경도성 인지장애 등 정신건강과 관련한 문제를 많이 발견한다”며 “이런 질환에 대한 검진 항목을 추가하면 효과가 높을 것”이라고 짚었다.
제도의 성패가 충분한 홍보와 여성농의 참여에 달려 있는 만큼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23일 기준 익산시의 사업 대상자 중 검진을 완료한 여성농 비율(수검률)은 79.4%로 전국 150개 지자체 중 상위에 속한다. 사업 담당자 역량에 따라 지자체별 수검률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춘화 익산시 그린바이오계장은 “이장 회의 등을 통해 사업 참여를 적극 독려하고 있지만 농사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불참하는 여성들이 많다”며 “이를 설득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수아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여성정책팀장은 “사업규모를 단계적으로 확대해나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현장 의견을 반영해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익산=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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