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처음엔 전화를 받고도 의심스러웠어요. 요즘 보이스피싱도 많잖아요. 그런데 계속 전화해서 친절하게 설명해주시니, ‘정말 나를 생각해 주는구나’ 싶었죠.”
지난 5월, 강원도 삼척시에서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을 받은 안순옥(68)씨(한국생활개선삼척시연합회원)는 환하게 웃으며 만족감을 전했다. 안씨는 “마늘이랑 옥수수 농사로 가장 바쁜 시기였지만 검진을 받으러 갔을 때 의료진이 친절하게 도와줬고, 결과도 자세히 설명해줘서 좋았다”며 “이번에 무료검진이기도 하고 처음이라 호기심에 받았는데,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도 또 받고 싶다”고 말했다.
1:1 유선 안내로 고령 수검자 직접 설득
수검률 78%, 예약률 90% 성과 달성
검진 필요성 충분히 설명하며 신뢰 확보
원스톱 신청·예약 시스템 구축 필요
높은 수검률 비결? “전화 한 통, 정성 하나”
삼척시에서 올해 처음 시행된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 사업이 뜻깊은 첫 발을 내디뎠다.올해 이 사업은 51~70세 사이의 홀수년도 출생 여성농업인이 대상이었고 삼척시에서는 총 212명의 검진이 가능하도록 예산이 조정됐다. 전체 대상자 약 800명 중 20~30%에 해당하는 수치지만, 사업 첫해치고는 상당한 참여율이다.
삼척시는 1인당 22만원의 검진비에서 자부담을 없애기 위해 시비를 추가로 확보해 경제적 부담을 최소화했다. 검진병원인 ‘선한이웃병원’과 협력해 검진을 안전하게 병원 내에서 실시했고, 3월부터 6월까지 수검 완료자 166명, 예약 완료자 24명, 예약 진행 중인 인원 22명으로, 수검률 78%, 예약률 90%라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검진 병원은 삼척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도보 600m 거리로 접근성이 좋고, 농한기 중 원하는 날짜에 예약할 수 있어 수검자 편의성을 높였다.이처럼 높은 수검률 이면에는 현장 공무원의 ‘사람 중심’ 행정이 있었다.
류승필 삼척시청 농정과 주무관은 검진 대상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내며 검진 일정을 꼼꼼히 안내했다. 전화 연결이 어려운 고령자의 특성을 고려해 여러 차례 시도했고, 예약 여부를 엑셀로 체계적으로 관리해 병원과도 긴밀히 소통했다. 마을 단위로 전화를 돌려 주민들이 함께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한 것도 효과적이었다.
“이건 단순히 건강검진을 받는 문제가 아닙니다. 누군가 나를 챙기고 있다는 신뢰, 그게 이 사업의 진짜 동력이에요.”

구조 보완 필요… “성과보다 지속성”
검진 항목은 총 5개 항목, 10가지 영역으로 구성됐다. 근골격계, 심혈관계, 골절·손상 위험도, 폐활량, 농약중독 여부 등을 점검하며, 심폐소생술, 농약 안전, 낙상 예방 등 실습 기반 예방교육도 병행된다. 교육은 마스크나 고무밴드 등 도구를 활용해 이해를 돕고, 소요 시간은 1~2시간 정도다. 검진 결과는 2주 후 개별 통보되며, 필요 시 병원 내 정형외과나 신경외과로의 연계 진료도 가능하다.
권혁숙 선한이웃병원 건강검진센터 실장은 “고령의 검진자가 많기 때문에 10페이지가 넘는 문진표를 작성할 때부터 의료진이 돕고 있다”며 “검진자 대부분이 다니는 병원이 있어 경증 질환은 기존 병원을 이용토록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본원 진료과를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검진병원이 사명감을 갖고 협조해야 지속가능한 사업이 될 수 있다”며 “의료진이 별도 교육도 받고 업무도 늘어나지만, 사업 취지를 생각하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높은 수검률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전담인력 부족을 호소했다.
현재는 삼척시 공무원이 모든 예약과 안내, 대상자 관리까지 도맡고 있어 소모적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김석희 농정과 농정기획팀장은 “사업 확대를 위해선 콜센터 운영이나 전담인력 배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병원 측 역시 “검사와 교육, 문진 등 여러 부서가 협력하는 구조이기에 행정적 지원 없이는 지속이 어렵다”고 토로한다.
개인정보 보호로 인해 사전 정보 확인이 어려운 점, 예약·입력 과정의 비효율성도 개선과제로 남아 있다.
정보 접근성 구조적 한계 넘어서야
삼척시는 시청 인터넷 홈페이지, 읍면동 현수막, 지역 단체 등을 활용해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 사업을 홍보해왔지만, 고령 농업인의 정보 접근성은 여전히 낮은 상황이다. 현재는 병원 내 검진 방식에 머무르고 있으나, 향후 마을 단위 이동 검진이나 버스 지원 등도 검토 중이다.
이 사업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사업 성과를 수검률로만 평가하며 지자체에 전적으로 자율을 맡기기보다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특수 건강검진병원을 지정하고, 인센티브 제공과 인력 보강 등의 제도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다.
